정통부 폐지, 방통위 출범 1년이 남긴 것

[빅뱅! 2009 통신시장]③방송-통신 융합기구 탄생

일반입력 :2009/01/11 16:40    수정: 2009/01/19 10:15

이설영 기자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통합된 방송통신위원회가 설립된 지 8개월이 지났다.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옛 방송위의 방송정책 및 규제, 정통부의 통신서비스 정책과 규제를 총괄하는 융합기구로 탄생했다.

특히 방송통신융합 원년을 맞아 방통위는 경쟁을 촉진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방송법 개정 등 일부 정치색이 배어있는 부분에서는 파열음을 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IT 정책 주무부처로서의 색깔을 많이 잃어 관련 산업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향후 본격 도래할 방송통신시장을 관장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시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강화돼야 할까.

■IT콘트롤타워 부재…대책은

정통부가 해체되고 방통위가 설립된 이후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이른바 'IT콘트롤타워'의 부재이다.

현 구조상 IT와 관련한 인프라나 서비스는 방통위가, 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기기 및 플랫폼은 지식경제부 등이 각각 영역을 나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범정부차원의 정보화정책은 행정안전부에서 진행 중이다.

방통위 설립 직후 IT콘트롤타워 필요성에 관한 사안이 쟁점이 돼 왔으나 청와대는 지난해 12월초 대통령실장 주재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IT컨트롤타워를 설치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형태근 방통위 상임위원도 지난해 12월 중순 방송통신 통합기구 운영성과와 관련한 심포지엄에 참석, 핵심 부문에서 시너지가 나올 수 있도록 법적체계를 마련해야 하지만 창의적인 기업이 살아날 수 있도록 시장이 IT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학계와 업계에서는 부처간 영역 갈등 문제가 끊임 없이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정부 조직에 익숙했던 업계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전담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홍성걸 교수는 IT 분야가 전문적인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것이 되면서 정보통신부의 역할이 줄기 시작했고, 이후 방통융합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새 정부가 과감히 정통부와 방송위를 통합해 방통위를 설립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홍 교수는 이어 정통부가 총괄하던 IT 정책들이 각 부처로 흩어지면서 해당 기업들은 관련한 모든 부처와 관계를 맺어야 했고, 이것은 전자정부의 개념과도 상충되는 것이라며 각 부처의 정책갈등을 최종적으로 통합 조정할 수 있도록 대통령실 또는 총리실 내 'IT전략본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규제를 줄이고 시장의 순기능을 지향하는 현정부의 특성상 당분간 이와 관련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쟁 활성화 정책 잇따라 추진

정통부와 방통위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바로 독임제 기구에서 합의제 기구로의 변화를 들 수 있는데 오히려 방통위는 지난 2008년 한해 시장에 경쟁을 촉진하는 다양한 정책을 처리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IPTV의 상용서비스를 이끌어 낸 것은 그 중 최대 성과로 손꼽힌다. 수년간 표류하던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이 마침내 빛을 보게 됐으며 연말까지 지지부진 할 것 같던 상용서비스도 성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가 통신사업자 위주의 IPTV만을 너무 감싸고 도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수년간 기술적인 기반이 마련된 상황에서 법적 문제와 사업자들간의 알력으로 가시화되지 못한 IPTV 상용서비스를 이끌어 낸 것은 성과로 꼽힌다.

IPTV 서비스는 국내 초고속망의 고도화를 이끌어내고, 고용 창출 등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되며, 통신사업자의 결합서비스 전략의 중심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료방송시장에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모바일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위피 문제도 정책 결정이 완료됐다. 방통위는 2009년 4월부터 한국형무선인터넷플랫폼인 위피(WIPI) 의무화 제도를 전격 해제하기로 해, 올해 휴대폰 시장에는 토종폰과 외산폰의 일대 격돌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 시행, 와이브로 음성탑재 및 010번호 부여 등도 방통위 출범 원년을 대표하는 정책들이다.

방통위는 또 방송통신기본법을 제정을 적극 추진했다. 방송통신기본법은 방송통신위원회 존립의 기반이 되는 법이다.

방송통신발전기금 신설, 방송통신 관련법 통합을 골자로 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정안은 지난 1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내년 초 입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방통시장, 투자 확대 및 서민생활안정 '초점'

올해 방통위는 투자확대와 중소기업 및 서민생활의 안정에 초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시장은 미디어 산업의 확대로 산업이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통신비 인하 등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들이 본격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분야에서는 차세대 네트워크와 중소기업 고용효과가 큰 중계기·콘텐츠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규모는 2008년 6조6,400억원에서 2009년 6조8,800억원으로 확대한다.

세부적으로는 광가입자망(FTTH)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해 신규사업자의 진입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사업자와 콘텐츠제공업자(CP)의 수익배분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무선인터넷망 개방은 확대된다.

2009년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 중 하나는 '주파수 할당'이다. 방통위는 올해 하반기 3세대 가입자 증가에 따라 2.1GHz 대역의 잔여주파수를 추가로 할당하고, 800MHz 및 900MHz 대역의 일부 주파수를 회수해 후발·신규사업자에게 재배치 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13년까지 3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방통위는 예상하고 있다.

올해부터 4G 이동통신표준의 국제 표준 작업이 본격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와이브로가 4G 이동통신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륵 정부차원의 활동도 강화한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통신정책도 추진된다. 방통위는 통신 결합상품 할인율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통신시장에는 결합상품이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문제점 극복하고 본격 방통융합 대비해야

방통위가 출범한 지 이제 9개월 남짓 지났다. 이 시점에서 성적표를 내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방통위 출범 목표와 기대에 비춰 부족한 점은 될 수 있는 한 빨리 극복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CJ헬로비전 변동식 대표는 방통융합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이를 한대 묶어 추진하는 기구는 불가피하다 생각한다며 단, 지금 보면 IPTV는 방송의 한 분야일 뿐인데 별도로 '융합정책실'에서 관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균형감각이 아쉽다고 말했다.

IPTV가 유료방송시장의 지각을 변동시키는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케이블TV사업자로서는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KT 사업협력실 박대수 상무는 독임제였던 과거와 비교해서 위원회 조직이기 때문에 고객만족을 지향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은 장점으로 볼 수 있다며 각 위원들간에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는 것은 좋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은 사업자로서 힘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상무는 IPTV의 경우 사업자로서 아쉬운 측면도 있지만 일단 파워있는 기관장이 오면서 빨리 진행된 점이 있다고 평가한 뒤 이런 점은 환영할 만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김대호 교수는 방송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위원회 조직은 불가피하다면서 1년 가까이 지나온 것을 평가해 보면 설왕설래가 있긴 하지만 맡은 역할을 잘 해나가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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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이어 방통위가 IPTV를 밀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료방송서비스도 동등규제 방식으로 변화를 주고 있고, 그런 기조에서 IPTV 도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통신사업자가 주도하다 보니까 그렇게 보일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유료방송시장에 경쟁구도를 만드려면 IPTV가 꼭 필요하고 이것이 시청자에게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국민대학교 홍성걸 교수는 각 부처간 영역다툼이 일고 있는 점에서는 과거 정통부보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생각한다며 큰 그림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