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인터넷 요금 '속도별로 다르게 지불해야'

일반입력 :2009/01/07 14:29    수정: 2009/01/07 17:34

이장혁 기자

2009년 새해가 밝았다. 이미 지난해부터 휴대폰 업계는 2009년을 스마트폰 원년이라고는 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 자체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진짜 스마트폰'으로 만들어주는 무선데이터 서비스 이용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국내 이통사들도 음성 통화 서비스의 한계점을 느끼고 성장 잠재력이 상대적으로 큰 데이터 서비스에서 수익 창출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휴대폰 이용자들의 무선인터넷 서비스 요금에 대한 진입장벽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휴대폰 이용자들은 무선데이터 요금에 대한 공포심이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공포심이라고 하기에는 좀 과장된 측면도 있긴 하지만 실제 무선인터넷 요금은 일반적인 통화요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것은 부인할 수 없다.

LG텔레콤이 월 6,000원의 무선데이터 정액제를 들고 나와 어느 정도 무선데이터 요금에 대한 압박감을 줄여주긴 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무선데이터 요금에 대해 민감한 상황이다.

■3,000원 짜리 모바일 게임 받으려면 '1만원 이상 지출'

실제로 예를 하나 들어보자. 모바일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휴대폰에 다운로드 받아야 한다. 보통 2,000원에서 3,000원 사이의 게임들이 대부분인데 이 가격은 소위 '정보이용료'라고 하는 명목으로 지불된다. 다시 말해서 모바일 게임을 내 휴대폰에서 하기 위해서는 3,000원의 정보이용료와 함께 게임을 다운로드하기 위해 들어가는 패킷(데이터) 이용료를 따로 지불해야한다. 보통 3,000원짜리 모바일 게임 하나를 다운로드 하는데 드는 비용은 5,000원에서 7,000원 사이.

결국 3,000원짜리 모바일 게임 하나 다운 받아서 이용하려면 1만 원 이상의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단 한 개의 게임에 말이다.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중고등학생들은 대부분 무선데이터 정액제에 가입돼 있다. 정액제 가입이 안 되어있으면 한 달에 여러 가지 모바일 게임을 하는 것은 청소년 입장에서 상상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무선인터넷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가끔 길거리를 지날 때 모바일 콘텐츠가 무료라면서 접근하는 아리따운 아가씨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정보이용료가 무료라는 소리다. 다운로드를 하는 순간 당신의 요금 고지서에는 알 수 없는 무선인터넷 요금 1만원이 고스란히 적혀있을 테니까.(가끔이긴 하지만 패킷요금도 무료일 때도 있다)

■새로운 무선인터넷 요금제 필요해

현재 무선데이터는 콘텐츠별로 패킷 요금이 다르다. Text, 소용량, 대용량 멀티미디어 콘텐츠별로 각각 다른 패킷 요금이 부과되는 것. 이를 이용 콘텐츠에 상관없이 모든 패킷 요금을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무선데이터 서비스 이용자에게 요금에 대해 고민할 여지를 주지 말고 단순 명료한 요금제를 제시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무선인터넷 정액제 모델도 새로운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즉 단말의 속도에 따른 월정액 요금제로 개편해야한다는 것. 초고속 인터넷도 속도가 낮은 Lite 요금제와 속도가 빠른 프리미엄 요금제가 있다. 모바일 무선인터넷 정액제도 이렇게 단말의 속도에 따라 요금을 차등 부과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2세대(CDMA EVDO) 단말 사용자라면 월 6,000원(1G 한도)에, 3세대(WCDMA HSDPA/HSUPA) 단말 사용자라면 월 8,000원 정도로 이용하면 된다는 말이다. 앞으로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되면 좀 더 높은 수준의 무선데이터 요금제가 신설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WAP 브라우저를 이용하는 휴대폰이나 인터넷 직접 접속 풀브라우저를 이용하는 스마트폰도 똑같은 휴대폰 월정액 요금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무선데이터 정액제 가입자와 비 가입자를 구분해 무선데이터 이용 시 정액제 가입자에게는 고용량 고품질의 서비스를, 비 가입자에게는 텍스트 기반의 저용량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법도 제기됐다.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무선데이터 정액제 가입자만 무선데이터서비스 접근이 가능하게 해 원천적으로 고비용을 지출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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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무선데이터 요금제가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요금제에 따른 수익 감소분도 감당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무선인터넷 이용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 자체가 가장 힘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휴대폰 환경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일본에 크게 밀리지 않지만 문제는 무선데이터 요금과 킬러 콘텐츠에 있다며 이통사는 포털이나 콘텐츠 업체와 함께 무선데이터 정액제 가입자를 공동으로 유치하고 데이터 정액요금에서 일정수익을 공유하면서 무선데이터 정액제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