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vs 오페라, '옴니아 목장'의 결투

옴니아 뜨니 브라우저 경쟁도 후끈

일반입력 :2009/01/06 09:56    수정: 2009/01/07 09:31

김태정 기자

모바일 웹브라우저 시장 패권을 놓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페라소프트웨어 간 경쟁에 불이 붙었다. 특히 삼성전자 신형 스마트폰 ‘옴니아’를 잡기 위한 초반 레이스가 후끈 달아올랐다.

삼성전자는 ‘옴니아’에 MS ‘인터넷인스플로러(IE)’와 오페라소프트웨어 ‘오페라’ 모바일 버전을 동시 탑재했다. 옴니아 사용자는 IE와 오페라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쓸 수 있다는 설명.(국가별로 차이는 있음)

■“옴니아 사용자, 나를 택해주오”

옴니아는 MS와 오페라소프트웨어에 양보할 수 없는 터전이다. 그만큼 옴니아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옴니아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출시 이후 40여개국에서 흥행몰이 중이다. 북미 시장에선 아이폰과 경쟁하고 있다. 한국형 ‘T옴니아’도 올 상반기까지 30만대 판매를 바라보는 상황.

MS와 오페라소프트웨어는 옴니아 사용자들이 자사 웹브라우저를 선택해 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입소문을 탄 인지도 확산도 기대하는 모습이다.

홍보전도 만만치 않다.

MS는 세계적으로 옴니아와 IE의 만남이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이란 내용의 공격적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한국MS도 지하철 광고 등을 통해, 국내서 옴니아 맞춤형 IE 알리기에 나섰다.

오페라소프트웨어도 공세수위를 끌어올렸다. 최근 욘 폰 테츠너 CEO를 비롯한 노르웨이 본사 임원들이 잇달아 방한, 옴니아와 오페라의 돈독함을 과시했다.

테츠너 오페라소프트웨어 CEO는 지난해 11월 방한 자리에서 “최대 고객 중 한곳인 삼성전자도 오페라소프트웨어의 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모바일 웹브라우저 시장 패권은 우리가 거머쥘 것”이라고 강조했다.

MS와 오페라소프트웨어는 옴니아 외에도 삼성전자 '미라지'와 '사가' 등에도 웹브라우저를 공동 탑재, 미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오페라, 휴대폰 공룡들 대거 영입

그렇다면 실제 모바일 웹브라우저 시장은 어디에 유리하게 돌아갈까. 아직 시장 초기라 통계가 부족, 누가 낫다 단정할 수 없지만 오페라소프트웨어의 공세가 눈에 띔은 사실이다.

데스크탑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점유율 1% 정도를 기록, MS의 상대로는 취급도 받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함일까. 오페라소프트웨어는 삼성전자외에 보다폰, 노키아, 모토로라 등 휴대폰 공룡들과 연합전선을 형성해 모바일 강자로 떠올랐다. 이미 1억대가 넘는 모바일 기기에 오페라를 탑재했고, 이중에는 닌텐도 ‘위’와 ‘DS’도 포함된다.

오페라소프트웨어코리아 이윤규 상무는 “글로벌 성과에 따라 한국서도 오페라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오페라의 이같은 인기비결은 ‘속도’에 있다. 오페라소프트웨어는 모바일서 웹페이지를 여는 오페라의 속도가 데스크톱 수준으로 빠름을 강조하고 있고, 꽤 인정도 받았다. 또 웹페이지의 원하는 부분을 고속으로 확대할 수 있는 ‘스몰 랜더링’ 기술도 화제가 됐다.

닥 혼닝스보그 오페라소프트웨어 부사장은 “모바일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만큼은 MS라 해도 우리 상대로 부족하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 MS IE, 윈도 모바일 성적이 관건

MS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MS는 오페라소프트웨어가 강조하는 모바일 웹브라우저 속도전에 맞불을 놨다. ‘모바일 IE 프로젝트’에서 속도 강화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함은 잘 알려진 사실. 이미 데스크톱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속도를 내세운 파이어폭스나 크롬 등과 전투경험이 풍부한 MS다.

MS의 팀 맥도노프 윈도 모바일 부문 수석디렉터는 “모바일서 ‘웹사이트가 제대로 열릴까’라는 고민을 할 시기는 지났다”며 “특히 플래시 지원속도는 경쟁사 대비 우위가 크게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울러 MS는 IE에 스마트폰 보안기능까지 강화해가며 파트너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전체적으로 데스크톱버전과 동등한 기능을 갖춘 모바일 IE로 사용자를 잡겠다는 것이 MS의 전략이다.

그런데 한 가지 변수가 있다. IE는 모바일 세계서도 윈도 운영체제(OS)로만 사용할 수 있다. 곧 ‘모바일 IE’는 ‘윈도 모바일’에서만 작동하는 것. 옴니아 역시 윈도 모바일을 채택했기에 IE가 들어설 수 있었다. 오페라는 OS 종류에 구애받지 않는다.

만약 윈도 모바일이 데스크톱 윈도만큼 인기를 끌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모바일 IE도 데스크톱 IE만큼 절대적인 입지를 확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에서 윈도 모바일의 점유율은 11.1%에 불과했다. '심비안'(49.8%), '림'(15.9%), '맥 OS X'(12.9%) 등에 이은 4위였다.

게다가 ‘모바일 리눅스’도 구글을 비롯한 오픈소스 진영을 업고 3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 노키아 등이 모바일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윈도 모바일 없이 못사는 모바일 IE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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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MS는 세계를 상대로 윈도 모바일 확산작전을 진행하고 있고, 전망을 밝게 보는 중이다. 특히 엑셀이나 오피스 등 대중에 친숙한 프로그램의 모바일 버전을 내세운 전략에 기대가 크다. 특기인 소프트웨어를 승부수로 띄운 것이다. 모바일 웹 시장이 이제 막 태동기임을 감안, 전세 역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MS 측 설명이다.

한국MS 관계자는 “모바일 웹 시장이 아직 초기라 어떤 판세도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며 “MS는 글로벌 차원에서 차근히 준비하고 있고, 본격 수요가 일어날 때쯤 강자로 올라설 것을 자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