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업계, 뉴IT정책을 말한다.

일반입력 :2008/10/13 20:25

황치규 기자 기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당시만 해도 일부 중소SW벤처 기업들 사이에선 나름 기대감이 돌았던게 사실이다. '토목경제'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업하기 좋은나라', '경제살리기'를 슬로건으로 집권한 정부인 만큼 벤처업계도 손해볼것은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그러나 새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정부를 바라보는 중소SW벤처 기업들의 시선은 처음보다 심하게 까칠해졌다. 기대를 접는 장면도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기자가 접한 SW업계의 새정부 인식은 대충 이렇게 요약된다.이명박 정부는 출범이후 뉴IT를 화두로 던졌다. 참여정부때의 IT정책기조가 IT839로 대표되는 IT간 컨버전스였다면 이명박 정부는 뉴IT를 통해 전체 산업과 IT간 융합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IT839전략이 통신 위주의 서비스와 네트워크, 기기 통합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뉴IT는 자동차와 조선, 기계 등 전체산업에 IT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외연이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이를 위해 정부는 2012년까지 5년 동안 3조5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3대 전략분야로 전체 산업과 IT의 융합, IT의 경제사회문제 해결, 핵심 IT산업의 고도화를 내걸었다. 총론은 수긍, 각론에선 우려 확산 뉴IT 정책을 바라보는 SW업계의 시각은 대체로 방향은 수긍하지만 이대로 가면 국내 SW업체들이 파고들 공간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모아지고 있다. SW업체 A사 한 임원은 "예전처럼 순수IT에만 투자해 대박신화를 만드는게 어려워진 만큼 전통산업과의 융합은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뉴IT정책에서 SW는 다른 분야와 달리 그저 SW로 불리운다"면서 SW에 대한 세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지금의 뉴IT정책을 보면 전통산업과 IT간 융합에 국내SW들이 파고들 공간은 별로 없어 보인다는게 그의 설명이다.국내SW업체들의 현실이 너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먼얘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산업과 IT융합’, ‘SW 산업 육성’등 4~5년 뒤의 청사진에 초점이 맞춰진 뉴IT정책은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는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는 것이다.국내 대표적인 SW업체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보다 현실적인 IT 정책이다"며 "중소 SW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대기업 입찰 참여 제한 금액의 상향 조정, 공공 발주 금액의 일정비율 할당, 또는 개발 인력 단가의 현실화 등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이들의 얘기는 결국 새정부가 들고나온 뉴IT정책은 국내SW업계가 처한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대기업이 모든 것을 주도하고 중소SW벤처는 단순한 부속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모 SW업체 CEO는 "뉴IT정책의 핵심은 전체산업과 IT산업을 융합하자는 것인데 원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특정 성장동력 부문에 대한 집중과 여전히 대기업 위주 정책이란 점에서 반길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정부의 역할이 보다 분명해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SW와 다른산업과의 융합에 있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이 안보인다는 것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뉴IT에서 수요 창출 주체는 개별 산업의 기업들이란 점에서 정부 의도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라며 "만약 IT+산업 융합이 관련 산업 기술개발이나 선도 프로젝트 수행, 시범사업 추진 등에서 그친다면 이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진행돼 왔던 것으로 이전 정책에서 단순히 관심 영역을 확대한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차원의 투자 위축 우려 확산 지난달 열린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회의결과 내년 전자정보통신미디어 분야 연구개발(R&D) 정부 투자액은 30%, SW 및 컴퓨팅 관련 사업 예산은 약 20% 정도 줄어드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가뜩이나 기초체력이 부족한게 국내 SW업계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정부 방침은 국내 SW산업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정부는 전체 IT예산과 관련해서도 허리띠를 졸라매려는 듯한 모습이다.2008년 정부와 공공부문 IT예산 규모는 총 2조1천34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패키지SW 구매는 1천639억원, 시스템 구축 및 SW개발 사업 예산은 1조3천369억원으로 책정됐다.그러나 새정부 출범후 공공기관 예산 10%를 절감하는 정책이 전 부처에 걸쳐 적용되고 있어 공공IT 프로젝트 단가 인하가 불가피해졌다. 프로젝트가 연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공 시장 의존도가 큰 업체들이 더욱 고단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것을 무조건 뭐라할 수는 없다. 아껴서 좋은데 쓴다면 박수를 쳐줄 일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투자까지 깎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R&D 예산 삭감이 예가 될 수 있겠다. 먹고살기 바쁜 중소SW업체가 독자적으로 고난도 R&D를 수행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기초 연구 개발에 있어 정부의 중량감있는 역할이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생각해볼만한 수치가 있다.지난해 정부예산 237조원 가운데 52조8000억원이 공공부문 건설투자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체 예산의 22% 수준이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0%의 2배다. 나름 SW에 관심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 참여 정부 시절, 건설에 투입된 국가 예산규모가 이정도다. 이쯤되면 과잉투자고 난개발이다. 균형있게 쓰여야할 국민들의 세금이 '토건국가' 건설에 너무 과도하게 쓰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현재로선 상황이 개선될 기미는 별로 없는 듯 하다. 이명박 정부들어 건설 의존도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건설에 들어간 예산중 상당액은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환경, 복지, 중소기업 활성화 등을 위해 쓰였어야할 돈이다. 그중에는 건전한 SW산업 생태계를 위한 투자도 포함될 것이다. 기자 개인의 주장이 아니다. <88만원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 등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 건설자본의 브레이크없는 질주를 우려하고 있다.공정경쟁환경 조성, SW제값주기 등 SW산업 발전에 꼭 필요한 무형의 인프라들이 정부의 건설위주 경기부양책에 무참하게 희생당한 것이라면 이제 그걸 돌려달라고 해서 '집단이기주의'로 내몰릴 이유는 없다. 굳이 'SW는 IT제품은 물론 자동차 등 전통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가능케 하는 엔진이며 고용창출과 고임금 직종 창출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란 슬로건이 아니더라도 SW업계가 정부를 상대로 좀더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할 명분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