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위키백과「어디쯤 왔나?」

일반입력 :2006/03/21 00:27

김효정 기자 기자

사용자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 가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어(Wikipedia)’.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누구에게나 참여의 길이 열려있다지만, 한국에서는 꼭 그런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참여와 사용에 자격 제한이 있다고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다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인원이 너무 적은 데다, 다른 백과사전이나 블로그의 콘텐츠를 가져와 싣는 이른바 ‘펌 문화’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키백과는 무엇인가?위키피디어 참여자가 적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잘 몰라서’이다. 지난 2000년 미국에서 시작된 백과사전 프로젝트 뉴피디어(Nupedia)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위키피디어는 한국에서는 통칭 ‘위키백과’로 불리고 있다. 나라별이 아니라 언어별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국경의 장벽이 없다. 2006년 3월 현재 214개 언어로 내용이 채워지고 있으며, 영문 위키백과는 102만 이상의 페이지수를 기록하고 있다.‘우리 모두의 백과사전’을 구호로 로그인 없이 누구나 지식을 올릴 수 있고, 이에 대한 수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 사람이 올린 지식에 대해 다수가 참여해 틀린 부분을 바로 잡아가면서 더욱 질 높은 정보로 완성해 가는 방식이다.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각각의 분야에 대해 아는 사람의 수가 늘고, 서로 토론을 통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실시간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물론 잘못된 정보로 인한 피해 사례 등 비판도 있지만 인터넷에 의지해 정보를 검색하는 사용자들에게는 이미 훌륭한 지식 저장소로 인정받고 있다. 초라한 성적의 한국어 위키백과 한국어 위키백과(ko.wikipedia.org)는 지난 2002년 10월에 만들어졌다. 사용자 자체적으로 투표를 통해 7~8명의 관리자가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야후!코리아에서 16대의 서버와 회선 및 장소 임대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엠파스에서 ‘위키검색’ 서비스를 연계하기도 했다.언어별 웹페이지 양을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어 위키백과는 3월 현재 2만 2천여 페이지로 전체 27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어 위키백과가 19만여 페이지로 5위에 랭크돼 있다는 것과 비교해 보면, 사용자 참여 문화가 발달한 나라의 그것과는 비례하지 않는 결과이다. 계정을 통해 파악된 공식적인 사용자 수는 약 2300명이지만, 실제 활발하게 정보를 올리는 사용자는 30명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어 위키백과 관리자로 활동하고 있는 정경훈 씨에 의하면 이들의 연령층은 10대 혹은 20대 초·중반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또한 직접 글을 쓰는 것보다 영어 위키백과의 내용을 번역해서 올리는 경우가 더 많다. 이래선 많은 사람의 참여와 토론으로 전문적 지식을 쌓고자 하는 본연의 취지가 흐려질 수 밖에 없다. 올바른 저작권 인식 자리잡아야… 초반에 언급했던 것처럼, 가장 큰 문제점인 사용자의 부재는 타인의 글을 가져와 싣는 국내 인터넷 문화가 한몫을 했다. 여기에 익숙해져 직접 지식을 형성하고 토론을 행하는 위키 문화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위키백과는 자유소프트웨어재단의 GFDL(GNU Free Document License) 라이선스로 배포되기 때문에 이미 저작권 있는 콘텐츠를 함부로 가져오면 안 된다. 그래서 이곳 관리자들의 주요 일과 중 하나는 이러한 글을 삭제하는 것이다. 발전을 위해서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위한 홍보도 필요하지만, 질 낮은 정보의 대량 유입으로 ‘백과사전’이라는 원칙에 오류가 생긴다는 모순도 존재하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은 위키백과 참여에 대한 논리적 당위성보다 올바른 저작권 인식과 사용자 의식 고취라는 감정적 호소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숙한 인터넷 문화 형성의 촉매제개인의 지식이 자발적으로 모아져 모두의 지식으로 공유하는 것이 위키백과의 역할이다. 이는 더욱 발전되고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이룩하기 위한 방편이자, 전 세계 네티즌들을 연결해 주는 글로벌 지식 네트워크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어 위키백과 관리자인 정경훈 씨는 “위키백과 이외에도 여러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자유 프로젝트가 많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뜻 깊은 일에 동참해준다면 인터넷 상에서 발생하는 정보 불균형을 비롯한 사회적 문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