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여러분이 살인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위키피디어(Wikipedia) 상에서 주장한다면 법정에서 그게 받아들여질 거라고 너무 기대하지는 말기 바란다.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문제가 생겨도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지지 않기 때문이다.이런 교훈은 누구나 기여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어에 올라온 글 때문에 벌어진 전 언론인 존 사이겐탈러 사건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이 온라인 백과사전에는 그가 로버트 케네디와 존 F. 케네디 암살에 연루돼 있다고 잘못 기재된 명예 훼손적 내용을 담은 글이 4달 동안이나 담겨 있었다.하지만 사이겐탈러가 분노했던 만큼 그리고 글도 사실이 아니었던 만큼 소송이 제대로 진행돼야 하겠지만, 위키피디어를 상대로 그가 제기한 법정 소송은 제대로 이뤄질 확률이 낮다고 CNET 뉴스닷컴과 인터뷰한 법률 전문가들은 말했다. 사이겐탈러 자신도 USA 투데이에 기고한 글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인정했다.면죄부받은 위키피디어1996년 제정된 연방 통신 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CDA) 제 230조에 따르면, 부정확한 글이 얼마나 사이트에 오랫동안 남아 있었는지와는 상관없이 위키피디어는 명예 훼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할 가능성이 많다. 이는 살롱닷컴(Salon.com)이나 CNN닷컴(CNN.com) 같은 언론과는 달리 위키피디어는 서비스 제공자이기 때문이다.스탠포드대학 로스쿨의 인터넷과 사회 센터(Center for Internet and Society) 소장인 제니퍼 그래닉은 "내가 생각하기에 위키피디어에겐 책임도, 기간도 없다"며 "230조가 그런 문제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올해 78세의 사이겐탈러는 11월 29일자 USA 투데이에 신랄하게 비판한 기고문에서, 위키피디어에 올라왔던 원문에 대해 "내가 로버트 케네디의 일반 사무직원이었다는 한 문장만 사실이었다"고 적었다. 위키피디어에 올라온 글은 신원 미상의 위키피디어 사용자가 쓴 것으로, 이 사용자가 벨사우스 인터넷(BellSouth Internet)의 계정을 갖고 있다는 것 밖에는 추적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이겐탈러는 이 거대 ISP가 쓴 사람의 이름을 밝히지 않으려 할 거라고 덧붙였다.게다가 사이겐탈러가 이런 글을 통해 위키피디어 측에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10월 5일에 위키피디어가 이 불쾌한 글을 지우기 전까지 위키피디어 측이 취한 행동이라곤 3월 29일에 철자 교정한 것밖엔 없었다. 원문이 쓰여진 후 3일만의 일이었다.지난 월요일, 위키피디어는 앞으로 등록하지 않은 사용자가 새로 글을 올릴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개인 정보를 제공하고 등록하는 회원들은 자신들이 쓴 내용에 대해 좀더 책임성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이론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위키피디어에 등록하는 건 몇 초 밖에 안 걸리고 등록시에 이메일 주소를 제공할 필요조차 없다.물론, 현재까지 위키피디어의 위치는 아직 법정에서 가려지지 않았다. 위키피디어는 영어로 된 글 85만 3630개를 비롯해 수십 개의 다른 언어로 쓰여진 100만 개가 넘는 글을 보유하고 있고, 2004년 10월 현재 등록 사용자 1만 6061명이었던 것이 2005년 10월말 현재 등록 사용자가 4만 5351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이런 온라인 백과사전이 사이트에 등장한 내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법원이 위키피디어의 위치를 가려줄 때까지는 아무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하지만 전자 프론티어 재단(EFF)의 변호사 커트 옵살은, 위키피디어 사이트에 올라온 익명의 글로 심기가 불편한 사이겐탈러 같은 사람들은 아마도 법적 조치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ISP도 책임없다이유는 이렇다. 의회가 서비스 제공자에게는 법적 책임을 묻지 않고 단지 부유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언론 매체들에게만 제3자의 콘텐츠에 대해 책임지도록 결정했기 때문이다.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을 다룬 가장 유명한 사건 중 하나는 제란(Zeran)과 아메리카 온라인(America Online) 간의 공방인데, 옵살에 따르면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제3항소순회법원은 AOL, 아마존닷컴(Amazon.com) 혹은 위키피디어같은 같은 온라인 서비스가 CDA에 따라 보호받는다고 확정 판결했다고 한다.1997년 제3항소순회법원은 "쉽게 말해서, 제 230조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제3자로부터 비롯된 정보에 대해 서비스 제공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어떤 소송에 대해서도 연방 정부 차원에서는 책임을 면해주고 있다"고 했다. 옵살은 위키피디어 같은 서비스 제공자가 자신들이 보유한 콘텐츠가 그런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확실히 하려는 통상적인 노력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성립한다며, CDA 적용에 앞서 콘텐츠 수정 단계를 밟은 서비스 제공자가 수정하지 않은 서비스 제공자보다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법률적으로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국제 법률 회사인 DLA 파이퍼 루드닉의 샌프란시스코 파트너인 로저 마이어스는 "의회가 CDA를 통과시킨 이유 중 하나는 서비스 제공자를 비롯해 인터넷에 공간을 만든 이들이 책임에 구애받지 않고 이 사회를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회는 이에 관해 상당히 명확한 입장을 보였었다"고 말했다.간혹 CNET 네트웍스의 법적 문제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는 마이어스는, 게다가 명예 훼손 부분에 대해 서비스 제공자가 인지했으나 이를 해결하지 않았을 때 서비스 제공자가 책임을 졌던 적은 지금까지 한 번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한 번 밖에 없던 사건인 바렛 대 로젠탈 간의 분쟁은 캘리포니아 대법원에서 현재 재심중이고 이를 이번 사건에 인용할 수는 없다. 이 말은 바렛 대 로젠탈 간의 분쟁을 미래 사건에 대한 선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하지만 사이겐탈러 사건에서 제기된 문제는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그래닉은 말했다. 왜냐하면 위키피디어 같은 서비스들에는 아직도 부정확한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그녀는 "이거 아주 재미있는 문제인데, 위키피디어라는 서비스는 훌륭하다. 누구도 책임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로 인해 번영과 번창을 거듭할 수 있었다. 반면 위키피디어의 협동적이고 탈중앙집권적인 본질은 위키피디어가 여러 조각으로 나눠져 있다는 의미이고, 그건 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이다. 또한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뭐고 어떤 희생을 치러야 하는가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자유로운 정보 등록 장단점 제공위키피디어 측에서는 등록하지 않은 사용자가 새로운 글을 생성하지 못하도록 새로운 규칙을 마련하여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익명 사용자들은 여전히 기존의 내용을 수정할 수는 있다고 위키피디어의 설립자 지미 웨일즈는 말했다. 웨일즈는 위키피디어가 탄탄한 기반 위에 구축됐다고 확신한다.웨일즈는 "난 변호사는 아니지만, 내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 위키피디어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야후 같은 일반적인 웹 사이트와 유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웨일즈는 이 밖에도 위키피디어에는 이의가 있을 법한 글(이런 글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관리자들이 정기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이 있긴 했지만 그것 때문에 고소당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명 인사인 로버트 케네디와 사이겐탈러와의 관계 때문에 사이겐탈러의 상황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삭제되어 버린 사이겐탈러에 관한 글이 허위 날조가 일어났음을 보여줬던 드러난 유일한 예일 뿐이고, 종종 허위적인 글이 쓰여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는 "할 수 있다면 그런 방식을 계속 유지해나갈 계획"이라며 "우리는 공공의 자산을 파괴하는 행위를 근절함으로서 강력한 예방 차원의 접근을 취하고 있으며, 모욕적인 글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우리의 방식이 그중 최선의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어떻게 되든 간에 사이겐탈러 사건에서 제기된 유사한 문제는 곧바로 사라지진 않을 것이며, CDA가 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정 공방으로 치닫게 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인 더글라스 리츠맨은 말했다.리츠맨은 "오늘날 법원은 아직도 관련 법규의 정확한 윤곽이 무엇인지를 놓고 입씨름하고 있다"며 "하지만 공통된 견해는 위키피디어에 기여하는 사람이 저지른 좋지 못한 행위, 말하자면 명예 훼손 같은 것에 대해 대부분의 경우 위키피디어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리츠맨은 위키피디어가 일부 아주 제한적인 경우에는 책임일 져야할 수도 있을 거라고 느낀다고 덧붙였다.그는 예를 들어 만약 웨일즈와 위키피디어를 만드는 그의 동료들이 명예 훼손 글을 배포되고 있음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면 "내 견해로는 명예 훼손 내용에 대해 위키피디어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글을 삭제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 그렇지 못했다면 행위에 대한 의무가 제기된다"고 말했다.하지만 리츠맨은 그런 예가 더이상 가정에 불과한 게 아니라고 언급했다.그는 "위키피디어의 명확한 경우에서 볼 때 이미 일이 터져버린 셈"이라며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법에서 일치된 견해를 보이는 것은 위키피디어를 보호한다는 것 같고, 주변의 정황을 보면 위키피디어를 보호해야 한다는 게 정책에 근거한 올바른 결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