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석의 스마트 모델링] 실패하는 프로젝트의 음산한 기운

류한석입력 :2006/10/20 14:08

류한석 (칼럼니스트)

니체가 말했듯이, 세상을 깊은 곳에서 이해한다는 것은 모순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상의 축소판인 프로젝트에 있어서도 그대로 해당된다.프로젝트는 흥미로운 몬스터다. 조직의 사활을 걸 정도로 중요한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모든 사람이 그렇게 얘기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의 진실을 누가 알겠는가?), 프로젝트는 무리한 일정, 계속 변하는 요구사항, 적절하지 못한 인적 자원, 주먹구구의 관리 체계로 진행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일부의 생산적 비판주의자들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업무상 불확실한 미래를 긍정적으로 믿고 싶어한다. 그러한 비생산적인 낙천주의가 프로젝트에 만연되어 있다. 또한 불만과 불평만이 가득한 사람들도 꽤 있는데, 역시 비생산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무능력한 매니저, 무모한 낙천주의자, 불평불만주의자들이 프로젝트를 망친다.지금 이 시간에도, 죽음의 행진(Death March) 프로젝트를 떠맡아서 진행하는 수많은 인적 자원들이 있다. 실제 나이는 30대이지만 신체적 나이는 60대인 팀원들(스트레스가 몸을 망친다는 것에 대한 의학적 증거가 아닐까?) 그리고 해고당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들에 대한 얘기는 전혀 신기할 것이 없다.사실, 프로젝트에는 원천적으로 모순이 가득하다. 중요할 수록 빨리 해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모든 불행의 원천이다. 현대의 사회에서는 비즈니스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언제까지 못해내면 완전히 쓸모 없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시장의 경쟁이 몹시 치열하고, 또한 시장을 둘러싼 환경의 많은 부분이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대개의 프로젝트는 미션은 분명하되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아무도 그것을 개런티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서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범위와 그 내용이 동적으로 바뀌게 된다. 사실, 변화는 자연의 섭리이고 그것만큼 인간다운 것도 없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변화 자체가 나쁜 것이라기보다는(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도 있다) 그러한 변화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그렇듯 프로젝트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모순(중요하다, 급하다,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 계속 바뀐다)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만일 그것이 프로젝트의 본질이 아니라면, 모든 프로젝트가 그렇게 진행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모순을 이해하는 것이듯이, 프로젝트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란 결국 프로젝트 내부에 존재하는 모순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더욱 악화시키는 환경 및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마음 속 깊이 인정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어설픈 분노나 아마추어적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프로젝트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파악하기 위해, 프로젝트의 상황을 이해하고 흐름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그것을 ‘프로젝트의 기운‘이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정의하곤 한다.프로젝트의 기운1. 프로젝트가 살아 움직이는 원기, 눈에 명백히 보이지는 않으나 느껴지는 현상2. 프로젝트의 대세가 어떤 방향으로 향하려는 움직임프로젝트의 본질적 모순과 그 내부에 흐르는 기운에 대해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의 기운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하면, 그것을 통해 프로젝트에 내재된 문제점을 예측하고 리스크의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한 프로젝트 매니저란 결국 리스크 관리가 뛰어난 사람이다.여기, 프로젝트의 성패를 예측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다. 우리는 프로젝트의 3대 요소인 범위(scope), 시간(time), 비용(cost)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실패시키는 3가지 주요 요인인 무리, 낭비, 변덕을 통해 실패하는 프로젝트를 판단할 수 있다.첫째, 무리(無理)이다. 무리한 일정, 무리한 요구 등 프로젝트에 있어 무리한 사항이 얼마나 많은 가를 살펴보라. 모든 것이 무리한 사항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가 있다. 그러한 프로젝트는 시작 시점에 이미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바로 무리한 의사결정을 한 당사자들뿐이다.둘째, 낭비(浪費)이다. 넉넉하지 않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비용은 낭비되고 인적 자원의 에너지 또한 낭비되는 경우가 많다. 프로젝트 매니저란 프로젝트의 경영자이다. 경영을 잘못한 경영자가 회사를 파산하게 만들듯이, 프로젝트 매니저도 마찬가지이다. 주먹구구와 땜질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특징은 낭비되는 요소가 많다는 점이다. 필요한 곳에는 부족하고 필요 없는 곳에는 넘치는 것. 쓸데없는 곳에 돈이 들어가고, 팀원들은 만들고 부수고를 반복하는 재작업의 늪에 빠져 허우적 된다.셋째, 변덕(變德)이다. 요구사항은 마치 사춘기의 소년소녀와 같지 않은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무럭무럭 자라난다. 특히 프로젝트에서 힘있는 이해관계자(대체로 중역 또는 고객)의 생각은 시시때때로 바뀐다. 일정이 바뀌고 범위가 바뀌고 사람도 바뀌고 모든 것이 바뀐다. 그러한 변덕을 다루는 능력이야말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최고의 기술이다. 변덕이 심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프로젝트는 실패를 향해 내달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프로젝트 내에 무리, 낭비, 변덕의 요소가 얼마나 빈번하고 파급효과가 큰 지를 파악함으로써, 우리는 프로젝트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3가지 요인은 일명 비합리의 법칙으로서, 프로젝트가 아닌 일반 업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업무에도 한번 대입해 보자.무슨무슨 법칙에 대해 몹시 넌더리를 내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모든 현상에는 그것의 본질을 관통하는 핵심이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기준을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에 적용시켜 본다면, 신속하고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데 있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프로젝트 타이타닉호에 탑승한 사람들무리와 낭비와 변덕의 요소가 가득한 프로젝트 타이타닉호에 탑승하지 않기를 바란다. 탑승했다면 구명정에 빨리 올라타기를 바란다. 어쩌면 배와 함께 가라앉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패와 시행착오의 경험이 근성 강화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그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물론 그것을 알고 스스로 선택한 경우라면 말이다. 어쨌든 건투를 빈다.프로젝트의 모순과 그 과정에서의 여러 가지 비합리적인 행태를 보고 있자면,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아나톨이 얘기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계획의 수립은 이성적이지만, 그것의 실행은 비이성적이다.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그렇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황의 한가운데에서 프로젝트의 기운을 파악하고, 문제점이 심각해지기 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며, 그것이 바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의 가장 중요한 핵심 기술인 것이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