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폭스의 대항해] ② IE 개발자 시각으로 본 파이어폭스

일반입력 :2008/09/11 10:40

오광섭 (다울소프트)

“오호~ 바탕화면 멋진데. 그런데 파이어폭스가 뭐야?” 필자의 바탕화면 배경 이미지를 보고 회사 동료가 건넨 말이다.

“파이어폭스는 새로운 오픈소스 웹 브라우저이고 이러이러한 특징이 있어 살펴보기 위해 설치해 사용중이지”라고 일단 설명은 했지만, 과연 그 동료가 나중에 웹에서 검색을 해보거나 실제로 설치해서 사용해 봤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필자가 파이어폭스를 사용한 것은 한글판 1.0 정식 버전부터니까,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현재도 인터넷 익스플로러(이하 IE)와 파이어폭스의 사용빈도를 비교해 보면 아직까지는 IE 쪽이 훨씬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넷스케이프 새 버전이 나오면 설치해 봤다가 지워버리곤 했는데, 모질라는 이름 때문인지 항상 무언가 ‘모자란’ 느낌이었고, 용량이나 실행 속도도 너무 무거웠다.

반면 파이어폭스는 달랐다. 적은 설치용량과 가벼운 프로그램이라는 첫인상도 좋았고, 무엇보다 ‘이거봐라. IE와 별 차이없이 웹사이트가 보이네’하고 감탄할 만큼 웹 페이지 처리능력이 뛰어났다. 이 정도면 써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MS가 IE를 출시하면서 시작된 소위 ‘브라우저 전쟁’은 3.0 버전부터 점차 판세가 IE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MS 제품은 경험상 세 번째 버전에서야 쓸만한 제품이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결국 전 세계 웹 브라우저 시장의 95% 이상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6.0 버전 이후에는 보안 패치와 서비스 팩이 선을 보였지만 팝업창 차단 기능 등 일부 소소한 변화 이외에는 크게 변화한 것이 없었다. 향후 업그레이드 계획도 아직 명확하게 발표된 바가 없다.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MS는 IE를 앞세워 웹 브라우저 시장을 제패했지만, 브라우저 전쟁은 특정 웹 브라우저에서만 동작하는 전용 태그와 전용 스크립트 문법이 범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역사가 승자에 의해 기록되듯, 이후의 웹사이트들은 IE에서만 잘 보이면 된다는 식으로, IE에서 잘 보이는 전용 태그와 스크립트 문법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양사의 과열경쟁 때문에 서로가 전용 태그들을 선전하고 그럴 듯한 마케팅으로 포장, 배포한 결과, 표준과 괴리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정보 접근성을 방해해 이젠 역으로 웹의 발전과 생명력까지 위협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파이어폭스 출시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현재 대부분의 언론들은 파이어폭스가 팝업 차단과 탭 브라우징 기능 등 IE에는 없는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IE에 이런 기능들이 없고, 또 그동안 특별히 업그레이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지금까지 사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IE 하나로 충분하다는 주장도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필자는 IE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다운로드 숫자를 늘리는데 동참하자고 주장하거나, IE와 파이어폭스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고, 우월한지에 대한 논쟁을 벌일 생각이 없다. 제2의 웹 브라우저 전쟁이 일어날 것에 대비하자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파이어폭스가 표준화된 웹을 위한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나아가는데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표준을 지키는 웹 환경을 다시 되찾아 보자는 파이어폭스의 캐치프레이즈인 ‘Take Back The Web’은 웹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기획자, 써드파티 소프트웨어 개발사 모두에게 의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오랜 기간 IE에서만 잘 보이면 그만인 웹사이트를 만들어 왔고, 지금도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이 글을 읽는 많은 개발자들도 아마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웹이라는 인류 공용의 자원을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것은 기획자와 디자이너, 개발자만 뭉쳐도 가능하다(이 사안에 대해 관심 있는 개발자라면 크로스 브라우징(cross browsing) 가이드 (www.mozilla.or.kr/docs/web-developer/standard) 문서를 읽어보길 권한다).

물론 파이어폭스가 웹 표준화를 진전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IE 중심의 개발 관행이 굳어진 현 상황에서, IE 말고는 제대로 웹페이지를 볼 수 있는 웹 브라우저가 없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표준을 잘 따르면서도 IE만큼 HTML 문서를 렌더링해주는 웹 브라우저가 등장한)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파이어폭스 개발 ‘갈 길이 멀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IE 기반 개발 환경과 파이어폭스 기반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 MS의 IE는 개발자들에게 많은 기능을 제공한다. 웹 브라우저 컨트롤, DHTML을 이용한 HTML DOM 객체 그리고 BHO(Browser Helper Object)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웹 브라우저 컨트롤은 Win32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IE를 통해 가장 요긴하게 제공받는 컴포넌트로, 웹페이지 화면처럼 구성된 애플리케이션들은 대부분 이 컨트롤을 사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반면 파이어폭스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하며, 특히 IE처럼 HTML 뷰잉 렌더링 엔진을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Win32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파이어폭스의 소스를 직접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소스는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고, 직접 빌드하는 방법과 환경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돼 있으므로 시도해 볼 만하다.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개발 가이드 라인이 있다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HTML DOM 접근 부분에 대해서는 파이어폭스도 확장기능 레벨에서 쉽게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웹 브라우저 자체도 문서 구조를 탐색하는 기능을 제공하고(메뉴에서 도구 → DOM 조사를 선택하면 트리 형태로 로딩된 문서를 탐색해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웹 페이지 본문내의 단어 가운데 선택된 단어를 영어사전 검색으로 연결하는 확장기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외부 애플리케이션에서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다.

또한 IE의 경우 웹 브라우저 컨트롤을 호스팅해 해당 컨트롤이 로드한 페이지를 마음대로 가공할 수도 있고, 심지어 실행중인 별도 프로세스인 다른 웹 브라우저가 로딩한 문서까지 접근할 수 있어 응용범위가 매우 넓다. 좀 무식한 방법이지만 HTML 파서가 급히 필요한 경우 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외에도 IE의 액티브X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플러그인을 개발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 입장에서는 IE용 액티브X와 파이어폭스(넷스케이프)용 플러그인 모두를 개발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플래시나 아크로뱃 리더, 퀵타임,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 리얼플레이어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프트웨어들이 두 브라우저를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특히 아크로뱃 리더나 플래시, 리얼플레이어 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실행할 수 있는 플러그인까지 발표하고이다.

IE와 넷스케이프의 재회

IE의 About Box를 보면, 모자익 라이선스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넷스케이프도 모자익을 능가하는 웹 브라우저를 만들어 보겠다고 다시 개발에 들어간 경우였지만 그 근간은 모자익이었다. 이처럼 한 뿌리로 시작해 인류 공용의 자원인 웹 표준을 흔들어 놓았던 두 주인공, IE와 넷스케이프가, IE와 파이어폭스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회했다. ‘Take Back The Web!’ 이번 만남에서는 기존의 실수와 불편함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 이 기사는 ZDNet Korea의 제휴매체인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