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폭스의 대항해] ① 웹브라우저 혁명군, 파이어폭스

일반입력 :2005/04/20 10:03

윤석찬 (다음 R&D 센터) 김재용 (소프트원트닷컴 운영자)

여우 한 마리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되자 마자 한달 만에 13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한 '파이어폭스(Firefox)'라는 웹 브라우저 이야기다.

특정 기업 제품이 아니라 전 세계 개발자들이 함께 만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라는 점에 시선을 끌어 모았고, 열혈 지원자 1만 명에게 받은 기부금 25만 달러로 뉴욕 타임즈에 전면 광고를 게재했으며 10대 소년인 블레이크 로스와 데이비드 하야트가 파이어폭스의 핵심 개발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파이어폭스는 지난 90년대 후반 넷스케이프(Netscape)와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의 ‘브라우저 전쟁’ 이후 사상 처음으로 전세계 IE 시장 점유율을 90% 아래로 끌어 내렸다. 그동안 익스플로러의 대안 브라우저는 많이 출현했지만, 오페라(opera)도 사파리(Safari)도 심지어 파이어폭스의 모태가 된 모질라(Mozilla)조차 이만큼의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익스플로러를 제외한 단일 웹 브라우저로서 마(魔)의 10%대 진입을 바라보고 있는 파이어폭스의 저력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피닉스 프로젝트의 핵심 개발자인 17세 소년 블레이크 로스모질라 1.0의 참담한 실패 이후 작고 가벼운 브라우저를 지향하는 피닉스(Phoenix) 프로젝트가 새롭게 시작됐다. 모질라 수석 개발자인 아사 토즐러의 지도 아래 14살 때부터 넷스케이프에서 인턴으로 일해 오던 로스와 하야트를 중심으로, 모질라의 렌더링 엔진과 브라우저, 툴킷 부분 소스만을 떼어내 별도 브라우저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17세였던 두 사람은 모질라보다 빠르면서 다양한 기능을 가진 작은 브라우저를 지향했다.

실제로 얼마 후 세상에 첫 선을 보인 피닉스 0.1 버전은 모질라 1.1에 비해 구동시간이 절반에 불과했다. 고정된 툴바를 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꿨고, 북마크 관리 기능도 강화했다. 피닉스를 사용해 본 사람들은 수백 개의 버그를 보고해 주었고 이에 힘을 얻은 이들은 0.3, 0.4 버전에서 팝업 차단 기능과 탭 브라우징, 테마 기능 등을 추가하고 북마크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핵심 기능들을 완성해 갔다.

피닉스는 파워 유저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채 4MB가 넘지 않는 파일 크기에 압축을 풀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배포 형태는 사용자 층을 확대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모질라(Mozilla)’라는 말은 일리노이대학 슈퍼컴퓨팅연구소(NCSA)에서 처음 탄생한 그래픽 브라우저인 모자익(Mosaic)에서 나왔다. 모자익을 만든 개발자들이 넷스케이프 개발에 참여하면서 모자익보다 더 좋은 브라우저(Mosaic Killer)를 만들겠다는 뜻에서, 넷스케이프의 소스코드 코드명을 ‘모질라’라고 명명했다(모질라에는 공룡이라는 뜻도 있기 때문에 초록색 공룡 마스코트로 통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파이어폭스와 모질라의 관계를 궁금해 한다. 실제로 파이어폭스와 모질라는 따로 이야기할 수 없다. 파이어폭스의 주요 소스코드와 개발 프레임워크가 모두 모질라의 그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파이어폭스는 모질라의 렌더링 엔진과 주요 API,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확장해 개발한 브라우저다.

모질라는 파이어폭스 외에도 그놈(Gnome) 데스크탑용 브라우저인 카멜레온(Kameleon), 매킨토시용 카미노(Camino), 무선 웹 브라우저인 미니모(Minimo) 그리고 넷스케이프 7 버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라우저의 기반 플랫폼이다. 모질라를 이해하는 것은 파이어폭스를 비롯해 오픈소스 브라우저 전반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다.

IE의 기술 한계를 넘다

파이어폭스의 시작은 그 기반이 된 모질라의 역사와 연결돼 있다. 모질라는 과거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터와 닮은 점이 많은데, 이는 브라우저 전쟁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넷스케이프가 지난 1998년 3월 자사의 브라우저 소스코드를 공개했고,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 개발자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탄생한 모질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었다. 웹 브라우저와 메일 클라이언트, HTML 편집기 등을 마치 인터넷 종합 선물 세트처럼 하나로 통합했기 때문에 사용하기에 너무 무거웠던 것이다.

파이어폭스는 이러한 모질라의 대안으로 출발했다. 파이어폭스의 개발자들은 프로젝트의 목표를 ‘올바른 기능만을 가진 브라우저를 구현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기능을 가진 (최소 브라우저가 아니라) 유용한 브라우저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대화 상자나 윈도우를 만들 때도 상호작용과 반응속도에서 최고의 사용성을 확보하고, 주요 핵심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얼리어답터(Early Adaptor)나 웹 개발자들이 간편하게 필요한 확장기능을 개발해 추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최우선 가치를 뒀다. 프로젝트의 목표 가운데에는 최신 모질라 개발 플랫폼을 적용하면서도 다운로드 크기를 5MB를 유지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파이어폭스가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브라우저 시장에 새로운 기술 경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단일 창에 여러 웹 사이트를 서핑할 수 있는 탭 브라우징(tab browsing) 기능과 팝업 차단 기능, 테마(theme)를 자유롭게 제작, 변경할 수 있는 기능 등은 현재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IE가 지원하지 못하는 신기능이라는 점에서 사용자들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about:config를 통해 거의 모든 브라우저 환경 설정을 마음대로 고칠 수 있다는 점도 투명하고 안전한 브라우저라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으며, 누구나 간편하게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 수많은 확장기능(extension)들은 보안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액티브X 플러그인을 압도했다.

또한 리눅스, 윈도우, 맥 등 모든 운영체제에 설치해 사용할 수 있고, 비표준 문법을 고집하는 IE와 달리 웹 표준을 가장 잘 준수하는 렌더링 엔진을 탑재했다는 점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실제로 파이어폭스 사용자의 대부분이 윈도우 사용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이어폭스가 반MS 성향이거나 소수 OS 사용자 만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모질라의 참담한 실패에서 배우다

파이어폭스의 역사는 넷스케이즈가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터를 오픈소스화했던 지난 1998년 3월 31일부터 시작했다. 당시 넷스케이프는 전세계 수많은 오픈소스 개발자들의 힘을 빌어 진보된 넷스케이프 5.0을 개발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무료 소프트웨어 정책으로 방향을 바꿨다. 웹 브라우저에 관심이 갖고 있던 개발자들은 넷스케이프의 소스를 분석하고 2~3일에 걸쳐 컴파일을 해보는 등 열띤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넷스케이프의 지원 아래 자율적인 프로젝트팀이 구성됐으니, 이것이 바로 모질라 프로젝트(Mozilla.org)다.

넷스케이프의 오픈소스화는 여러 가지 기술적 변화를 촉발했다. 넷스케이프 5.0이 거의 완성될 무렵 ‘웹 표준 프로젝트(WSP)’라는 웹 개발자 그룹이 호환성이 떨어지는 구형 레이아웃 엔진인 ‘마리너(mariner)’에 대한 개선 작업을 중단하고, 표준에 부합하는 새로운 렌더링 엔진인 게코(Gecko)를 사용할 것으로 제안했다.

넷스케이프 내부의 구형 레이아웃 엔진과 구식 인터페이스는 코드상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에 게코 엔진으로 전환은 브라우저를 완전히 새로 개발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1998년 10월 26일 결국 모질라 프로젝트는 마리너에서 게코로의 전환이 공식화했다.

넷스케이프에서 5.0을 개발하던 모든 인력들은 새로운 XPFE(CROSS Platform Front End)로 옮겨 갔다. 모질라 1.0을 향해 20여 개의 마일스톤(milestone) 버전과 10개의 릴리스 버전을 발표하는 수년간의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혁명적인 XML 기반 유저 인터페이스 언어인 XUL(XML based User-interface Language)도 바로 이 시기에 첫선을 보였다).

모질라 1.0은 넷스케이프 소스가 공개된 지 꼭 5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모질라는 새로운 렌더링 엔진인 게코와 UI 엔진인 XUL 그리고 모든 OS에서 구동 가능한 COM인 XPCOM을 구현하는 등 신기술 적용하느라 쉴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메모리 점유율을 줄이고 브라우저를 모듈화함으로서 속도와 성능을 동시에 향상하는 작업도 진행됐다(이러한 작업은 최근 노키아와 진행중인 모바일 브라우저 프로젝트 '미니모'가 생기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모질라 1.0과 이 기반으로 개발된 넷스케이프 6.0과 7.0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겉으로는 넷스케이프 이전 버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을뿐만 아니라 수정되지 못한 버그도 많았고, 특히 새로운 표준 렌더링 엔진은 IE의 비표준 태그를 사용하는 웹 사이트를 표현하는 데 치명적인 한계를 노출했다. 선진적이고 뛰어난 기술 플랫폼에 기반하고 있었지만 일반 PC 사용자들이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모질라 1.0의 참담한 실패 이후 작고 가벼운 브라우저를 지향하는 피닉스(Phoenix) 프로젝트가 새롭게 시작됐다. 모질라 수석 개발자인 아사 토즐러의 지도 아래 14살 때부터 넷스케이프에서 인턴으로 일해 오던 로스와 하야트를 중심으로, 모질라의 렌더링 엔진과 브라우저, 툴킷 부분 소스만을 떼어내 별도 브라우저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17세였던 두 사람은 모질라보다 빠르면서 다양한 기능을 가진 작은 브라우저를 지향했다.

실제로 얼마 후 세상에 첫 선을 보인 피닉스 0.1 버전은 모질라 1.1에 비해 구동시간이 절반에 불과했다. 고정된 툴바를 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꿨고, 북마크 관리 기능도 강화했다. 피닉스를 사용해 본 사람들은 수백 개의 버그를 보고해 주었고 이에 힘을 얻은 이들은 0.3, 0.4 버전에서 팝업 차단 기능과 탭 브라우징, 테마 기능 등을 추가하고 북마크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핵심 기능들을 완성해 갔다.

피닉스는 파워 유저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채 4MB가 넘지 않는 파일 크기에 압축을 풀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배포 형태는 사용자 층을 확대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파이어폭스의 탭 브라우징 기능

◆ 향상된 북마크 기능

파이어폭스 북마크는 웹 사이트에 대한 메모를 기록할 수 있어 사이트 정보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www.mozilla.org라는 웹 사이트에 ‘모질라’라는 북마크 키워드를 설정해 두면, 주소창에 ‘모질라’를 입력해 바로 해당 사이트로 이동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북마크 기록은 HTML 문서 하나에 통합 저장돼 있어 휴대하기 편하고 검색도 할 수 있으며, RSS(RDF Site Summary) 같은 문서를 라이브 북마크에 저장하면 업데이트 내역을 바로 볼 수도 있다.

◆ 강화된 보안 기능

파이어폭스는 기본적으로 팝업 창을 막고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웹 서핑에 지장을 주는 광고 팝업이나 유해물 팝업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스파이웨어 같은 프로그램의 설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액티브X 콘트롤은 아예 설치되지 않고 파이어폭스 확장기능 설치도 사용자가 직접 제어할 수 있다. 기본 암호 설정을 통해 쿠키나 저장된 개인 정보, 웹 사이트 폼의 자동 완성 정보 등을 다른 사람이 함부로 접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 편리한 검색 기능

파이어폭스의 주소창 오른쪽에는 검색 도구가 있다. 여기에 단어를 입력하면 구글을 비롯한 유명 검색 사이트의 검색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검색 도구의 목록은 searchplugins라는 디렉토리에 xxx.src 형태로 존재하는데, PC 사용자 누구나 만들 수 있을 만큼 쉽다. 또 주소창은 다국어 도메인 표준에 따라 한글.com을 지원하는데, 도메인 정보가 없는 경우에는 기본 설정으로 구글의 ‘운좋은 예감’과 자동으로 연결돼 입력한 낱말과 가장 적합한 주소로 바로 이동한다.

◆ 확장기능과 테마

파이어폭스의 검색 기능일반적으로 IE 액티브X 플러그인은 기업의 필요에 따라 자사 서비스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제공된다. 그러나 파이어폭스의 확장기능은 사용자가 편리하게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도록 브라우저의 기능을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확장기능 관련 웹 사이트에는 마우스의 움직임으로 네비게이션을 조절할 수 있는 마우스 제스쳐, 블로거를 위한 RSS 구독기 Sage, 구글의 Gmail 알리미, 날씨를 알려주는 웨더바, 각종 포탈 사이트의 툴바 등 전세계 개발자들이 개발한 수백 개의 확장기능이 올라와 있다.

테마 역시 테마 사이트에서 설치 아이콘만 누르면 손쉽게 설치, 변경할 수 있다. 파이어폭스를 IE처럼 보이게 바꿔 주는 익살스런 테마도 있다. 이외에도 파일 다운로드 관리 기능을 이용하면 파일을 받다가 일시 중지시키거나 다시받기 등을 할 수 있다.

모든 기능은 단축키로 이용할 수 있으며, 고해상도에서 글씨가 작은 사이트를 볼 때 고생했던 사용자라면 ‘최소 글꼴 크기 정하기’나 ‘텍스트 확대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크기가 고정된 글씨도 ‘텍스트 확대’ 기능을 사용해 확대할 수 있어 노약자나 장애인을 위한 소프트웨어 접근성도 탁월하다. 프레임별로 웹 페이지 세부 정보를 보거나 자바스크립트 디버거를 통한 디버깅, DOM 분석기 등 웹 개발자를 위한 기능도 손색이 없다.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러나 파이어폭스의 가장 큰 장점은 지금까지 나열한 몇 가지 기능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수많은 사용자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만드는 파이어폭스 개발 시스템의 ‘성장 가능성’이다.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핵심 개발자들과 확장기능과 테마 개발자들, 테스트하고 버그를 보고하는 사람들, 각 언어별 지역화 버전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 모두가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파이어폭스는 어떤 기능도 추가할 수 있는 개방성과 확장성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웹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는 IE와 비교하면, 웹 표준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결정권과 확장성을 보장하는 파이어폭스의 인기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적인 반응에 비해 국내에서의 울림은 그리 크지 못한 편이다. 파이어폭스 사용자가 채 1%도 되지 않을 만큼 기반이 취약하다. 근본적인 원인은 대부분의 웹사이트가 브라우저 전쟁 당시에 양산된 IE 기반 비표준 태그들로 도배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표준 태그와 액티브X가 무분별하게 사용돼 파이어폭스에서는 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고, 결국 파이어폭스는 물론 모질라 기반 브라우저를 사용할 수 없도록 강요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 오픈한 한글 모질라 포럼(forums.mozilla.or.kr)의 웹 표준화 프로젝트 게시판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시작된 것이다. 모질라로 웹서핑이 불가능한 웹사이트 관리자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페이지를 수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필요하면 고쳐야 할 부분을 지적해 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활동은 지난 200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정부의 공개 소프트웨어 육성 정책과 노약자와 장애인 등이 받고 있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정보 접근권 문제와 연계되면서, 사회 각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파이어폭스의 등장은 웹 표준이 무시되던 브라우저 전쟁 당시와 정반대로 웹 표준의 효율성 문제를 널리 알리고 있다. HTML과 CSS를 이용한 레이아웃 구성의 변화는 장애인과 비PC기반 단말기에서도 웹사이트에 문제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변하고 있다. 사실 그 동안 웹 표준 기술과 구현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나 브라우저 독점 구도 때문에 실생활에서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으므로, 탭 브라우징과 팝업 차단 등 기능적인 우위를 등에 업고 새로운 표준 기술 경쟁을 예고하는 것이다.

웹 표준 코드를 사용하면 IE와 파이어폭스 양쪽 모두에서 구현할 수 있으며 오히려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PDA, PC, 운영체제 등 기기의 제한은 물론 장애자, 노약자 등 모든 상이한 웹 환경에서 동일하게 웹 페이지를 볼 수 있는 효율적인 웹을 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파이어폭스를 사용하는 것은 웹의 본래 의미인 정보 접근의 제한을 없애고(universial access) 의미 있고(semantic) 믿음직한(trust) 웹으로 되돌리는 일(take back the web)이기도 하다. 모질라 프로젝트가 만들어 낸 수년 간의 결과물을 연구하고 향유하는 것은 창의적인 기술과 웹의 철학을 모두 만족시키는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파이어폭스도 전 세계적인 인기와 사랑을 등에 업고 2.0 버전으로 전진하기 위한 새로운 준비를 이미 시작했다. 모질라 2.0의 주요 엔진 업데이트와 구현 기능을 빨리 이식하고 북마크와 방문 기록을 개선하며, 웹 사이트별 옵션 설정, 확장기능, 도구 모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주요 검색 기능 향상 등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또한 다소 미뤄 두었던 소프트웨어 사용자의 접근성(accessibility)을 높이는 작업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파이어폭스는 오는 3월에 1.1 버전을 내놓고 연말까지 1.5와 2.0의 주요 업그레이드를 완료할 예정이다.@

모질라는 전 세계적인 오픈소스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누구나 소스코드를 열람하고 필요한 경우 수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프로젝트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기 위한 내부 프로세스가 명확하게 세워져 있는데, 기본적으로 모질라 재단에 소속돼 있는 10여 명의 개발자들이 주축이 돼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드라이버(driver)’라고 불리는 의사 결정 구조를 가지고 제품의 출시 일정과 주요 구현 포함 사항 등을 결정한다.

‘모듈 오너(module owner)’라고 하는 개발자들은 모질라 각 부분을 모듈화해 자신이 관리하는 모듈에 대한 소스 추가와 수정 사항을 관장한다. 세세한 소스코드의 수정은 슈퍼 리뷰(super reviewer)와 리뷰(reviewer)를 거쳐 결정되며 이들까지 합치면 모두 수십여 명의 개발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AOL, 썬, IBM 등에 근무하며 모질라 개발에 풀타임으로 참여하고 있다.

소스의 추가와 수정에 관여하는 전세계 CVS 커미터(committer)는 수백 명에 달한다. 단순한 버그 리포트와 테스트 역할을 하는 개발자까지 합치면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움직이고 있으며, 실제로 모질라 제품의 버그 트래킹을 위해 사용하는 버그질라(bugzilla)에는 6만개의 계정이 등록돼 있다.

실제 모질라 프로젝트의 기본적인 소스코드와 문서 저장에는 CVS가 이용된다. CVS를 웹으로 보기 위해서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LXR라는 소스코드 브라우저를 사용하며 각 소스코드의 최신 체크인 상황을 확인하려면 ‘본사이(Bonsai)’라는 뷰어를 이용하면 된다. 매일 몇 차례씩 윈도우와 리눅스, 매킨토시 같은 이종 운영 체제에서 컴파일을 실시해 새로 추가되거나 수정된 소스코드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틴더박스(Tinderbox)’라는 빌드 체크 툴도 있다.

이때 문제가 발견되면 롤백이나 수정을 통해 일일버전(nightly version)을 제공한다. 모든 버그들은 버그질라를 통해 관리되며, 이 모든 툴들은 웹으로 제공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모질라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그렇듯이 크게 알파(alpha), 베타(beta), 출시 후보(release candidate) 등 세 번의 개발 단계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추가, 수정해야 할 부분을 테스트하거나 수정, 삭제하며, 모든 단계를 거치고 나면 지역화(localization)를 통해 새로운 버전의 제품이 출시된다. 모질라 1.0부터는 이러한 출시 단계를 정확히 지켜 더욱 완성도 높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 가지 시련과 전화위복

피닉스 프로젝트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은 모질라 프로젝트의 개발 로드맵이 전면 수정된 2003년 4월 즈음이다. 이전까지 실험적으로 진행하던 독립 브라우저와 메일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인 파이어버드(Firebird)와 썬더버드(Thunderbird) 프로젝트 로드맵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로서 모질라는 렌더링 엔진과 개발 플랫폼으로서의 성격을 유지하고 실제 제품은 파이어버드와 썬더버드로 출시한다는 원칙이 확정됐다.

로드맵 수정 이후 파이어버드 프로젝트는 세 가지 커다란 위기에 직면한다. 첫번째는 AOL의 후원을 받아 넷스케이프 직원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모질라 프로젝트 커뮤니티가 비영리 재단으로 2003년 8월 독립하게 된 것이다.

당시 모질라 재단의 설립에 AOL과 로터스 1-2-3의 개발자인 미치 카포가 각각 200만달러와 30만달러를 출연했으나,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AOL의 정리해고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AOL은 당시 많은 넷스케이프 개발자를 정리해고했고, 모질라 재단으로 흡수되지 못한 수많은 개발자들은 새로운 직장을 찾아 나서야 했다. 모질라 프로젝트가 방향성을 잃고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로 역전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AOL 때문에 모질라 프로젝트 지원에 소극적이던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IBM, 오라클 등이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나선 것이다. 그 결과 많은 넷스케이프 개발자들이 썬과 IBM 등에 새 일자리를 얻게 됐다.

두번째는 파이어버드라는 명칭이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 개발 커뮤니티인 파이어버드와 같아 라이선스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 문제는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피닉스에서부터 ‘불새’라는 이미지를 얻은 파이어버드를 파이어폭스로 변경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 사건은 명칭 변경 이후 새로 합류한 자원 봉사 마케팅 부서의 도움으로 매우 깜찍하고 친근한 새 로고와 마스코트를 제작함으로써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핵심 개발자인 로스와 하야트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호주 오클랜드 대학생이었던 벤 구저와 일부 의욕적인 개발자들을 새로 영입한 것이다. 일부 혼란이 예견되기도 했으나 벤 구저는 0.8에서 1.0 버전까지 파이어폭스가 완성도를 높이는데 크게 공헌했다.

IE 사용자를 놀라게 한 새로운 기능들

파이어폭스 1.0 버전은 이렇다 할 기능개선 없이 보안 패치만으로 체면치레하고 있는 IE의 사용자에게 다음과 같은 깜짝 놀랄 만한 기능들을 선보였다.

◆ 탭 브라우징

탭 브라우징은 여러 개 사이트를 하나의 창에서 탭 형태로 표시하는 기능으로, IE와 가장 차별되는 점인 동시에 파이어폭스 사용자가 가장 선호하는 기능이다. IE와 달리 창을 새로 띄우고 작업해야 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고, 하나의 창에서 작업하는 만큼 깔끔하다는 장점도 있다. 하나의 탭을 읽으면서 연관된 링크를 미리 받아 두고 나중에 볼 수 있으며, 을 사용하거나 마우스 휠 단추를 눌러 새 탭으로 열 수도 있다. 탭 브라우징 관련 확장기능을 설치하면 더 강력한 탭 브라우징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 향상된 북마크 기능

파이어폭스 북마크는 웹 사이트에 대한 메모를 기록할 수 있어 사이트 정보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www.mozilla.org라는 웹 사이트에 ‘모질라’라는 북마크 키워드를 설정해 두면, 주소창에 ‘모질라’를 입력해 바로 해당 사이트로 이동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북마크 기록은 HTML 문서 하나에 통합 저장돼 있어 휴대하기 편하고 검색도 할 수 있으며, RSS(RDF Site Summary) 같은 문서를 라이브 북마크에 저장하면 업데이트 내역을 바로 볼 수도 있다.

◆ 강화된 보안 기능

파이어폭스는 기본적으로 팝업 창을 막고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웹 서핑에 지장을 주는 광고 팝업이나 유해물 팝업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스파이웨어 같은 프로그램의 설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액티브X 콘트롤은 아예 설치되지 않고 파이어폭스 확장기능 설치도 사용자가 직접 제어할 수 있다. 기본 암호 설정을 통해 쿠키나 저장된 개인 정보, 웹 사이트 폼의 자동 완성 정보 등을 다른 사람이 함부로 접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 편리한 검색 기능

파이어폭스의 주소창 오른쪽에는 검색 도구가 있다. 여기에 단어를 입력하면 구글을 비롯한 유명 검색 사이트의 검색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검색 도구의 목록은 searchplugins라는 디렉토리에 xxx.src 형태로 존재하는데, PC 사용자 누구나 만들 수 있을 만큼 쉽다. 또 주소창은 다국어 도메인 표준에 따라 한글.com을 지원하는데, 도메인 정보가 없는 경우에는 기본 설정으로 구글의 ‘운좋은 예감’과 자동으로 연결돼 입력한 낱말과 가장 적합한 주소로 바로 이동한다.

◆ 확장기능과 테마

일반적으로 IE 액티브X 플러그인은 기업의 필요에 따라 자사 서비스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제공된다. 그러나 파이어폭스의 확장기능은 사용자가 편리하게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도록 브라우저의 기능을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확장기능 관련 웹 사이트에는 마우스의 움직임으로 네비게이션을 조절할 수 있는 마우스 제스쳐, 블로거를 위한 RSS 구독기 Sage, 구글의 Gmail 알리미, 날씨를 알려주는 웨더바, 각종 포탈 사이트의 툴바 등 전세계 개발자들이 개발한 수백 개의 확장기능이 올라와 있다.

테마 역시 테마 사이트에서 설치 아이콘만 누르면 손쉽게 설치, 변경할 수 있다. 파이어폭스를 IE처럼 보이게 바꿔 주는 익살스런 테마도 있다. 이외에도 파일 다운로드 관리 기능을 이용하면 파일을 받다가 일시 중지시키거나 다시받기 등을 할 수 있다.

모든 기능은 단축키로 이용할 수 있으며, 고해상도에서 글씨가 작은 사이트를 볼 때 고생했던 사용자라면 ‘최소 글꼴 크기 정하기’나 ‘텍스트 확대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크기가 고정된 글씨도 ‘텍스트 확대’ 기능을 사용해 확대할 수 있어 노약자나 장애인을 위한 소프트웨어 접근성도 탁월하다. 프레임별로 웹 페이지 세부 정보를 보거나 자바스크립트 디버거를 통한 디버깅, DOM 분석기 등 웹 개발자를 위한 기능도 손색이 없다.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러나 파이어폭스의 가장 큰 장점은 지금까지 나열한 몇 가지 기능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수많은 사용자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만드는 파이어폭스 개발 시스템의 ‘성장 가능성’이다.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핵심 개발자들과 확장기능과 테마 개발자들, 테스트하고 버그를 보고하는 사람들, 각 언어별 지역화 버전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 모두가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파이어폭스는 어떤 기능도 추가할 수 있는 개방성과 확장성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웹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는 IE와 비교하면, 웹 표준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결정권과 확장성을 보장하는 파이어폭스의 인기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적인 반응에 비해 국내에서의 울림은 그리 크지 못한 편이다. 파이어폭스 사용자가 채 1%도 되지 않을 만큼 기반이 취약하다. 근본적인 원인은 대부분의 웹사이트가 브라우저 전쟁 당시에 양산된 IE 기반 비표준 태그들로 도배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표준 태그와 액티브X가 무분별하게 사용돼 파이어폭스에서는 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고, 결국 파이어폭스는 물론 모질라 기반 브라우저를 사용할 수 없도록 강요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 오픈한 한글 모질라 포럼(forums.mozilla.or.kr)의 웹 표준화 프로젝트 게시판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시작된 것이다. 모질라로 웹서핑이 불가능한 웹사이트 관리자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페이지를 수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필요하면 고쳐야 할 부분을 지적해 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활동은 지난 200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정부의 공개 소프트웨어 육성 정책과 노약자와 장애인 등이 받고 있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정보 접근권 문제와 연계되면서, 사회 각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파이어폭스의 등장은 웹 표준이 무시되던 브라우저 전쟁 당시와 정반대로 웹 표준의 효율성 문제를 널리 알리고 있다. HTML과 CSS를 이용한 레이아웃 구성의 변화는 장애인과 비PC기반 단말기에서도 웹사이트에 문제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변하고 있다. 사실 그 동안 웹 표준 기술과 구현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나 브라우저 독점 구도 때문에 실생활에서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으므로, 탭 브라우징과 팝업 차단 등 기능적인 우위를 등에 업고 새로운 표준 기술 경쟁을 예고하는 것이다.

웹 표준 코드를 사용하면 IE와 파이어폭스 양쪽 모두에서 구현할 수 있으며 오히려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PDA, PC, 운영체제 등 기기의 제한은 물론 장애자, 노약자 등 모든 상이한 웹 환경에서 동일하게 웹 페이지를 볼 수 있는 효율적인 웹을 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파이어폭스를 사용하는 것은 웹의 본래 의미인 정보 접근의 제한을 없애고(universial access) 의미 있고(semantic) 믿음직한(trust) 웹으로 되돌리는 일(take back the web)이기도 하다. 모질라 프로젝트가 만들어 낸 수년 간의 결과물을 연구하고 향유하는 것은 창의적인 기술과 웹의 철학을 모두 만족시키는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파이어폭스도 전 세계적인 인기와 사랑을 등에 업고 2.0 버전으로 전진하기 위한 새로운 준비를 이미 시작했다. 모질라 2.0의 주요 엔진 업데이트와 구현 기능을 빨리 이식하고 북마크와 방문 기록을 개선하며, 웹 사이트별 옵션 설정, 확장기능, 도구 모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주요 검색 기능 향상 등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또한 다소 미뤄 두었던 소프트웨어 사용자의 접근성(accessibility)을 높이는 작업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파이어폭스는 오는 3월에 1.1 버전을 내놓고 연말까지 1.5와 2.0의 주요 업그레이드를 완료할 예정이다.@

모질라와의 첫 인연은

지난 1998년 W3C SVG 워킹그룹에 참여했을 때다. 넷스케이프 직원인 릭 엘리어트와 타오 쳉이 모질라 지역화(l10n)를 위한 메일을 알려 주어 모질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오픈소스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이 전무하던 시절이라 모질라는 새로운 열정을 불러 일으켜 줬다. 1998년 8월 한글 모질라 프로젝트 대한 간단한 웹 페이지를 만들고 모질라 코리언 프로젝트 소개 메일을 모질라의 국제화(i18n) 메일링 리스트에 올리게 됐다.

당시 국내 모질라 프로젝트 현황은

당시 모질라 소스는 넷스케이프에 기초하고 있었고 다우기술이 4.53 버전까지 한국어판을 제작했기 때문에 번역이나 리소스 추가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모질라 프로젝트는 기존의 넷스케이프 소스코드를 리팩토링하는 수준을 넘어서 완전히 다시 개발하는 기나긴 작업이었고, 중간 버전을 한글화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모질라 1.0 개발 이전까지의 활동은

2000년 9월 M17 마일스톤이 완결되던 즈음에 넷스케이프 4.x의 유닉스용 한글키트를 만들던 서울대 최준호씨가 M17 한국어 언어팩을 제작하면서 한글화 작업이 시작됐다. 이후 최준호 씨는 0.6~0.9.2 버전까지 5번의 언어팩 릴리스를 주도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모질라 프로젝트는 잊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2002년 5월 홈페이지를 정리하다가 문득 98년도에 만들었던 모질라 페이지를 보고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돼 왔을까 궁금해졌다. 그런데 최준호 씨가 0.9.2 언어팩을 만든 이후 일년 가까이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0.9.x 버전을 마치고 1.0 RC(출시 후보) 단계로 접어든 상태였는데 이때부터 모질라 지역화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모질라 1.0 한글 언어팩은 2002년 8월 정식 버전 출시와 동시에 세상에 나왔다.

모질라 1.0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는데

맞다. 모질라 1.0이 출시된 이후에도 국내 브라우저 시장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브라우저의 내부를 완전히 뜯어 고쳤지만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터와 별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누구 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더욱 참혹했다. 모질라 1.0의 실패 이후에 1년 동안 한글 모질라 프로젝트도 여러 가지 어려움과 변화를 겪게 됐다.

파이어폭스 출시 이후 달라진 것은

2004년 초반부터 국내에서도 파이어폭스 사용자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모질라(1.0~1.7.5)와 함께 파이어폭스(0.5~1.0) 한국어 버전 제작 작업을 병행했다. 당시 mozilla.pe.kr라는 개인 홈페이지를 커뮤니티화하기로 결정하고 mozilla.or.kr이라는 도메인으로 새 출발을 했다.

이 때 모질라 국제화(i18n) 관련 개발자인 신정식 씨를 비롯해 이정민, 박상현 씨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개발과 품질 테스트(QA), 모질라진 번역 등에 도움을 주면서 뭉쳤다. 모질라와 파이어폭스 사용자들이 커뮤니티로 모이기 시작했고 서로 묻고 답글을 달아 주는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그전까지 평균 200~300명 안팎이었던 사이트가 최근엔 평균 방문자가 현재 3000~4000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