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찬의 테크 공작실] 구글 G메일 일주일 체험기

윤석찬입력 :2004/05/27 00:00

윤석찬

지금 미국에서는 베타 테스트 중인 구글의 G메일이 화제다. 필자도 어찌어찌 하다가 우연찮게 외국 친구의 초대(Invitation)을 통해 베타 테스트 중인 구글 G메일의 계정을 얻었다. 인사동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을 산 짜릿한 느낌으로 며칠 사용해 본 경험을 이야기 해 볼까 한다.

G메일에 몇 가지 이슈가 있었던 것은 독자들도 알리라. 1GB의 엄청난 용량을 주며 메일 내용을 검색해 타겟 광고를 노출시키는 게 바로 그것이다.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과 엄청난 규모의 서비스를 서로 맞바꾸려는 타협의 묘미를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이 들긴 한다.

G메일의 헬프 페이지에는 Is Google reading my email? 라는 질문이 있다. 그 답은 다음과 같다.

Google is NOT reading your mail. Privacy is an issue we take very seriously. Gmail is a technology-based program. Advertising and related information are shown using a completely automated process. .... Because the ads and Related Pages are matched to information that is of interest to you, we hope you'll find them relevant and useful.

사실 뻔한 이야기이긴 하다.

G메일에 로그인 한 후 첫 화면은 구글의 유저인터페이스(UI)를 닮아 심플 그 자체다. 아니 심플하게 만들려고 노력한 듯이 보였다. UI는 심플하지만, 사용자 액션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모든 부분을 객체화해 표준 자바스크립트로만 UI를 만든 게 특징이다.

그러니까, 지운 편지함을 누르면 메일 목록 보여주는 부분만 변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해서 속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 HTML로 UI를 만들지 않고 CSS와 DIV, 그리고 이를 통한 자바스크립트 액션으로 만들어져 있어 소스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마치 제2의 세이클럽을 보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G메일의 메일 목록에는 보낸 사람 이름, 제목, 그리고 ‘본문 일부를 보여줘’ 어떤 내용인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메일 보기 화면에서, 우리로 치면 ‘답글 달기’와 같은 텍스트 박스에 메일을 옮겨 놓으면 마치 게시판 답글 달기처럼 메일 답장화면이 아래에 바로 생긴다.

하나의 메일 본문을 나눠서 인용문 보여주기, 인쇄 모드로 보기, 메일 옵션 보기 다양한 기능을 속도감 있게 바로 보여줬다. 또한 메일 주소를 첫 자부터 적으면 기존 메일 보낸 목록에 바로 팝업이 생기고 그 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기능이 있었는데 이 모두가 객체화를 활용한 잇점으로 보인다.

G메일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구글 특유의 ‘검색’ 기능을 활용한 기능들이었다. 아이디어가 아주 돋보였던 것들 중에, 메일 보낸 사람 옆에 (4) 같은 숫자가 쓰여 있는데 이것을 클릭하면 그 사람과 주고 받은 메일을 모두 카드 형식으로 볼 수 있다. 마치 아웃룩에서 이름으로 정렬하는 기능과 유사하긴 한데 더 보기 편한 UI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탁월한 메일 검색기능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것도 구글 검색처럼 만들어 놓았다. 역시 용량이 1GB정도 되니 아주 필요할 듯 하다. 누군가가 G메일 서비스 자체도 메일함을 사용자별로 따로 만들지 않고 다 모아놓고 검색으로만 해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구글이라면 가능한 이야기 아닐까?

또한 별(Star) 표시가 달린 메일의 경우, ‘대화 모드’로 볼 수 있다. 대화 모드란 그 사람과 빠르게 주고 받은 메일, 그러니까 저녁 약속을 잡고, 식당을 정하는 등등에 대한 것을 쓰레드(Thread) 형식으로 보여줘 빨리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이다.

G메일은 모질라도 완벽하게 지원하고 있어 맥이나 리눅스 사용자에게도 매우 유용하고 각 메일 기능에 대한 키보드 단축키 기능도 훌륭했다. o(pen)키를 누르면 메일 보기 화면으로 바로 가기도 한다. 스팸 메일이 엄청나게 날아오는 메일 계정(Heavy spam account)을 자동으로 G메일로 포워딩하도록 설정해 놨는데, 스팸 필터링도 놀라울 정도로 완벽했다.

그러나 아직 베타 단계여서 그런지 각 나라 언어로 UI가 표시되지 않으며 한글 인코딩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또한 우리 나라 웹메일 서비스에 있는 잡다한 기능들이 쏙 빠져 있기 때문에 처음 쓰는 사람들에게는 좀 불편함이 따를 것 같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며칠 지나고 나니 메일 보기 오른쪽에 박스 광고가 뜨기 시작했다. 메일 내용의 주요 키워드를 통해 광고를 노출시키는 듯 한데, 스니핑(Sniffing)을 통하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어떤 메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계가 메일 분석을 좀 한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구글이라면? 믿을만 하다는 느낌도 있다. G메일도 초심을 잃지 않기를.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